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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前 추진한 해수담수화 시설…최악 가뭄에 ‘신의 한수’ 됐죠”(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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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 2023-04-20

2016년 ‘대산 해수담수화 시설’ 추진하고
水公 퇴임 후 자문위원장 맡은 이중열 소장
“수출형 녹색산업 되려면 기자재 외산 의존도부터 낮춰야”

박상현 기자
입력 2023.03.22. 05:00
업데이트 2023.03.22. 08:16

땅의 갈증이 도무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호남권 영산강·섬진강 유역 댐 대다수가 저수위(低水位)에 도달했다. 생활용수 부족으로 일주일 중 ‘2일 취수(取水), 5일 단수(斷水)’를 시행 중인 마을도 있다. 환경부는 이런 갈증이 우리나라 전역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 가뭄 대책 수립에 나선 상황이다.

갈증을 호소하는 건 기계도 마찬가지다. 공업용수 부족으로 공장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물 부족을 예견이라도 한 듯 충남 서산시 대산 임해산업단지엔 2024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해수(海水) 담수(淡水)화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하루 10만t의 소금기 빠진 물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이 시설이 처음 추진된 건 2016년. 국내에 해수담수화 시설이 생소하던 당시로선 도전적인 사업이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나 가뭄이 일상이 된 현재는 ‘신의 한 수’로 꼽힌다.

대산 해수담수화 시설은 당시 한국수자원공사 수도선진화 처장이던 이중열(61) 물복지연구소장의 작품이다. 그는 수공에 기능직으로 입사해 1급인 처장을 단 유일한 인물이다. 재작년 12월 정년퇴임 후 연구소를 운영하며 현재 대산 해수담수화 시설을 짓고 있는 GS건설의 자문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해수담수화 시설이 국내 가뭄 및 해외 녹색산업 수출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그에게 해수담수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됐다.

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은 21일 "앞으로 만성적 물 부족을 호소하는 지역은 늘어날텐데 환경단체 반대로 댐·보 등을 통한 물그릇을 추가로 확보하긴 어려운 실정"이라며 "해수담수화 설비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물복지연구소
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은 21일 "앞으로 만성적 물 부족을 호소하는 지역은 늘어날텐데 환경단체 반대로 댐·보 등을 통한 물그릇을 추가로 확보하긴 어려운 실정"이라며 "해수담수화 설비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물복지연구소

- 충남권을 해수담수화 입지(立地)로 택한 이유가 있나.

“충남 서부지역은 가뭄이 잦다. 2012년 4월 당진, 서산, 태안, 홍성, 보령, 서천 등 충남 서부지역에 104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다. 2015년 5월 또다시 가뭄이 찾아와 보령댐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그해 10월에는 보령, 서천, 당진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서 사상 첫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당시 먹는 물 부족으로 정부에서 625억원을 긴급 투입해 하루 11만 5000t의 물을 옮겨올 수 있는 보령댐 도수로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산단이 많다 보니 인구는 계속 유입되는데 물그릇이 부족해 만성적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새로운 물그릇이 필요한 장소였다.”

- 당시는 해수담수화 기술 자체가 생소했을 때다.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우측은 하천이 발달했고, 좌측은 그렇지 못하다. 충남은 좌측에 해당한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으면 언제든 만성적 물 부족에 시달릴 수 있는 조건에 처해있다. 그런데 하천수는 없어도 바닷물은 넘쳐났다. 2016년 수공 수도선진화 처장 부임 후 대체 수자원 격으로 국내 최대 해수담수화를 이곳에 구축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건설비 2400억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보령댐의 부담을 덜어주고, 해외 황금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청와대와 국토부, 기재부, 국회를 연일 설득했다. 그렇게 추진 1년 만에 사업이 확정됐다.”

- 현직 때 추진한 해수담수화 시설이 내년이면 완공된다. 현재 자문을 맡고 있는데 아쉬운 부분은 없나.

“주요 기자재가 아직 외국산이 많다. 대산 산단 해수담수화 시설의 경우 전체 순공사비 중 기계·전기·계장(제어통신)에 42%가 소요된다. 이중 기계공사를 보면 540억 중 약 280억이 외산 기자재 구입비다. 고부가가치 주요 기자재의 52%가 외국산이다. 나머지 48%는 상대적으로 값이 덜 나가는 일반적 기계 설비인데 국내 업체들 몫이 대부분 이쪽이다. 주요 공정에 투입되는 기자재 설비인 ‘RO막’(역삼투막), 전처리설비, 압력회수장치, 고압 펌프, 각종 센서류 등은 전부 외산이다. 우리가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외국 기업으로 많은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 외산에 의존하는 이유가 뭔가.

“‘RO막’을 이용한 해수담수화 처리공정은 초순수 생산 전(前) 단계와 유사하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선 RO막을 이용해 생산되는 ‘순수’(Pure water)와 이 순수에 이온교환, 탈기 등 여러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초순수’(Ultra pure water)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초순수 분야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가 그동안 인색했다는 점이다. 재작년 초순수 개발이 환경부 과제로 선정되면서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지만,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 보니 설계, 제작 능력,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맡을 기업이 나타나지 않게 되고 결국 외산 의존이 고착화된다.”

-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녹색산업 수출’ 가운데 하나가 해수담수화다. 녹색산업을 키워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제2, 제3의 수익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대산 산단에 지어지는 해수담수화 시설은 ‘RO막’을 이용해 소금기를 빼내고 민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제거된 염분이 모인 ‘염분 농축수’가 발생하는데, 연도가 일반적 해수의 약 2배다. 이런 고농도 농축수에서 마그네슘(Mg), 가성소다(NaOH), 수소(H), 염소(Cl) 등을 추출해 되팔면 해수 담수 만큼 큰 돈벌이가 된다. 그래서 수공 등 공기업을 필두로 녹색산업 R&D센터 등을 구축해 관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 해수담수화 산업은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이런 친환경 에너지 자원 개발을 융합해 해수담수화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 해외 사정은 어떤가.

“영국 GWI는 글로벌 산업용수 시장이 2024년 23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수담수화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며 매년 15%씩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말 그대로 ‘블루오션’이다. 해수담수화 시설은 기계, 환경, 토목, 수질, 화학, IT, 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 연계와 기술 집약이 필요한 플랜트 설비다. 가치 사슬(Value chain)에 따라 제조·건설·운영관리가 긴밀히 연계돼 있어 시장을 장악하기가 쉽진 않다.”

“수공 같은 공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분야별 기술사나 박사급 인력이 다수 확보돼 있는 물 전문 공기업에서 시스템 설계 및 각종 기술을 완성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 수주사업에 기술 지원을 하고, 기술력이 검증된 중소기업과의 유기적 협업 시스템 역할을 해야 한다. 물에는 과학과 기술이 들어가야 ‘상품’이 된다. 물로 인한 일자리와 국익 창출을 위해선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 사령탑이 필요한 시기다.”

- 대산에 앞서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이 있었다.

“2014년 부산 기장군 기장읍에 총사업비 1954억 원을 투입, 하루 4.5만t 규모의 담수를 만들어내는 시설이었다. 그런데 탈핵(脫核)을 주장하는 일부 환경단체가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만들어낸 물에 고리원전에서 나온 삼중수소가 들어 있어 주민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식으로 왜곡된 주장을 펴면서 시설이 9년째 멈춰 있는 상태다.”

- 삼중수소 논란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해수담수화 시설이 고철덩이가 됐다.

“고리원전이 있다고 해서 바닷물에 삼중수소가 있다면 기장 특산물인 미역은 아예 먹지도 못할 것이다. 환경단체의 방사성 물질 주장에 따라 미국 NSF(국제위생재단) 등 5개 기관에 수질검사를 의뢰한 적이 있다. 그 결과도 못 믿겠다고 해서 ‘기장해양정수센터 수질검증연합위원회’가 구성돼 수질검사 전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결과는 ‘80여회 수질검사결과 방사성 물질은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고, 먹는 물 수질기준에도 모두 적합하다’였다. 과학과 기술은 정답이 있다. 그런데도 비과학적인 주장을 펴는 일부 환경단체로 인해 국가적 손실을 빚는 일이 생긴다. 다행히 부산시와 환경부는 작년 10월부터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 활용방안을 높이기 위한 용역을 수행 중이다.”

- 국내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더 늘려야 한다고 보나.

“기후변화에 따른 역대급 가뭄과 홍수에 대해 지역별 물그릇 용량에 대한 평가가 시급하다. 물이 부족한 지역에는 댐이나 보(洑) 건설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합의가 어려워졌다. 그 대안이 해수담수화 시설이다. 바다는 무한한 수자원이고 자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여수, 광양, 포항, 울산 등 공업용수 다소비 지역은 모두 해수담수화의 잠재적 입지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국내에 지어질 해수담수화 시설은 그 설계대로 해외에 그대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나의 ‘포맷’을 구축했으면 한다.”